이런뉴스(e-runnews) 김삼성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광교 관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용면적 156㎡, 47평 규모의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12억2천만원을 들였다는 사실이 논란의 중심이다. 특히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에 12억원대 관사가 필요한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의 돈이 들어가는 만큼 관사의 규모와 비용, 계약 과정은 당연히 검증받아야 한다. 다만 여기서 한 번쯤 멈춰볼 필요가 있다. 47평과 12억2천만 원이라는 숫자만으로 이것이 정말 과도한 지출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전세보증금 12억2천만 원은 주택을 매입하면서 소진되는 돈과는 성격이 다르다. 임대차계약이 정상적으로 끝나면 돌려받는 보증금이다. 물론 거액의 공공자금이 묶이는 만큼 기회비용과 재정 운용 측면에서 따져볼 필요는 있다.
질문도 정확해야 한다. ‘12억 원이라서 문제인가’가 아니라 ‘12억 원이 당시 광교의 시장가격에 비해 비쌌는가’를 물어야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면적과 조건의 주택 전세가격은 얼마였는지, 더 저렴하면서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대안은 없었는지, 계약 과정은 투명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높았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반대로 당시 시장가격 범위에서 정상적으로 계약됐다면 ‘12억’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호화 관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47평이라는 면적도 마찬가지다. 공직자의 집은 평수가 작을수록 더 청렴한 것인가. 30평이면 청렴하고 47평이면 덜 청렴한가. 20평이면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고 50평이면 도덕성이 떨어지는가.
기본적으로 공직자의 청렴에는 ‘적정 평수’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준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거 면적과 공직자의 청렴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큰 집에 산다고 해서 부패한 것도 아니고, 작은 집에 산다고 해서 청렴한 것도 아니다. 청렴은 몇 평에 사느냐가 아니라 공적인 권한과 돈을 어떻게 사용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정치인이나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서울 강남에 수십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해서 모두 청렴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재산 규모와 공직 수행의 청렴성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10평짜리 사무실에서 기사를 쓴다고 그 기사가 더 진실한 것도 아니고, 대형 사옥을 가진 언론이라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언론의 진실성은 사무실의 크기가 아니라 무엇을 취재하고 어떻게 검증했으며 누구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는지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공직자의 청렴 역시 집의 크기가 아니라 공적인 지출의 필요성과 적정성, 그리고 그 과정의 투명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물론 국민의 정서는 무시할 수 없다. 재정이 어렵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도지사가 12억 원대 관사를 사용하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직원들에게 예산 절감을 요구하면서 도지사는 큰 관사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그러나 불편함과 부적정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재정 비상 상황이라면 모든 지출을 더욱 엄격하게 살펴야 하지만,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필요한 지출까지 자동으로 부적정한 지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논란을 제대로 풀려면 12억2천만 원이 당시 시세보다 높았는지, 47평이 업무상 필요 이상의 규모였는지, 더 합리적인 대안이 있었는지, 계약 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면 된다. 정치적 이미지나 숫자의 자극성보다 사실과 자료가 먼저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도지사를 정말 관사 한 채로 평가할 것인가.
경기도는 한 해 40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광역자치단체다. 2026년 본예산만 40조577억 원이고, 1회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한 규모는 41조6,799억 원에 이른다.
4년 임기 동안 단순 합산하면 160조원을 훌쩍 넘는다. 물론 매년 예산 규모와 재정 여건은 달라지지만, 도지사가 책임져야 할 살림의 크기가 관사 한 채와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관사는 하나의 지출 항목이다. 하지만 도지사가 책임져야 할 것은 관사 한 채가 아니라 경기도 전체의 살림이다.
그렇다고 관사 논란을 덮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12억2천만원이 정말 과했다면 당시 광교의 시장가격과 비교해 그 차이를 보여주면 된다. 47평이 업무상 필요 이상의 규모였다면 적정 면적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면 된다. 더 저렴한 대안이 있었다면 그 대안을 비교하고,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
반대로 시장가격에 비춰 적정했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으며, 계약 절차에도 문제가 없었다면 ‘12억’과 ‘47평’이라는 숫자만으로 과도한 관사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도지사를 평가하는 기준도 보다 넓어져야 한다. 경기도의 예산을 어디에 배분했는지, 불필요한 사업을 얼마나 줄였는지,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했는지,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도민의 삶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만들었는지, 임기가 끝났을 때 무엇을 남겼는지를 봐야 한다.
추미애 지사를 좋아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누가 경기도지사였더라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숫자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숫자와 사실을 먼저 확인하고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 정치적 호불호나 자극적인 숫자보다 사실과 자료가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도지사의 청렴을 47평으로 재지 말고, 4년의 살림으로 평가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