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이전 논란, 화성습지의 미래를 묻다

“나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음 세대는 괜찮지 않다”
국제가 인정한 생태자산, 개발 논리 앞에 흔들리면 큰일

 

 

이런뉴스(e-runnews) 김삼성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원·화성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군 공항 이전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장소와 방식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도지사 단독 결정은 어렵다며 경기도가 정부와 함께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또 다른 일부 정치인은 경기국제공항 추진 찬반 단체를 만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화성 주민 희생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돼선 안 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군 공항 이전 후보지는 화성 화옹지구를 거론하며 경기도는 군 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별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후보지가 겹치면서 지역에서는 사실상 연계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공항(군공항 포함) 건설은 대규모 토지 점유 및 서식지 제거를 초래한다. 공항 건설과 확장은 토지 피복의 변화, 식생 제거, 토양 노출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이는 동·식물의 서식환경 손실, 토양침식, 생물 다양성 감소로 귀결된다고 여러 연구에서 분석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공항 부지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항 주변 일정 거리까지 영향이 확산된다는 점이 보고된 사례도 있다.

 

공항 활동(제설화학제, 제트 유류 누출, 건설 잔재)은 수계 오염과 지하수 흐름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주변 식생 및 수생 생물군집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또한 공항 주변의 인공적인 조명, 소음 등은 야생동물 행동 변화, 먹이·번식 패턴 교란과도 연결된다는 연구 사례가 따른다.

 

아직도 화성특례시에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국제공항 신설과 맞물려 수원군공항 이전 부지로 화옹지구가 거론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이는 화성 서해안 갯벌과 습지 생태계의 존립, 나아가 경기 남부권 환경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개발은 언제나 ‘필요’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질문해야 한다. 이 땅을 잠시 빌려 쓰는 세대가, 다음 세대의 삶의 터전을 훼손할 권리가 있는가.

 

 

화성에는 비봉습지공원, 탄도인공습지공원, 노작공원습지원, 큰재봉공원습지원, 매향리 갯벌과 화옹지구 간척지, 화성호 일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축, ‘화성습지’가 형성돼 있다. 그 면적은 여의도의 4.2배에 달한다.

 

2018년 화성습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등재되며 국제적 보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어 2021년 7월 20일, 매향리 갯벌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상징적인 타이틀이 아니다. 화성의 갯벌과 습지가 동아시아 철새 이동 경로상 핵심 기착지이며, 국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자산임을 공인받은 결과다.

 

화성특례시가 람사르 습지 등재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도권 최대의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화성습지는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세계에 약 4,000마리만 남은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가 한국이며, 그 중요한 서식 축이 바로 서해안 갯벌이다.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철새 106종, 11만4천여 개체가 이곳을 찾는다.

 

밤게·성게·소라 등 160여 종의 대형 저서동물과 염생식물 군락 역시 이 곳이 건강한 갯벌임을 증명한다. 문제는 군공항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생태계 교란이다.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강력한 소음과 진동은 철새의 산란과 번식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 반복적 저공 비행은 철새 이동 경로를 바꾸거나 집단 이탈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활주로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대규모 매립은 갯벌의 조류 흐름과 퇴적 구조를 변화시켜 저서생물 서식 환경을 붕괴시킬 수 있다. 염생식물 군락이 사라지면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리며 한 번 교란된 습지 생태계는 회복에 수십 년이 걸리거나, 영구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화옹지구는 연약 점토층이다. 전투기 이·착륙 최소 거리 1,200~1,500m를 감안하면 활주로 설치를 위해 최소 4~5m 이상의 성토가 필요하다는 분석과 함께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대규모 지반개량공법, 광범위한 매립,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또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활주로만이 문제가 아니다. 유류저장고, 탄약고, 세척장, 관제시설, 항공기 및 장비 정비시설 등 각종 군 관련 기반시설이 함께 조성되는 여의도 4배가 넘는 면적에서 발생할 오염물질과 기름, 화학물질이 화성호와 서해안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수원시의 현실적 고민은 이해할 수 있다. 인구 120만 대도시, 제한된 면적, 각종 기반시설 부족 문제는 분명한 과제다. 그러나 한 도시의 절실함이 다른 도시의 자연유산을 대가로 해결될 수는 없다. 더구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나오는 정치인들의 이슈몰이도 문제이지만, 이제는 ‘민·군 통합, 경기국제공항’ 혹은 ‘국가전략사업’이라며 표 받기 급급한 발언들과 공식 협의 없이 특정 지역을 계속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결국 지역사회를 가른다는 비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화옹지구는 단순한 유휴지가 아니다. 국제가 인정한 생태자산이며,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할 환경 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나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공기가 조금 나빠지고, 갯벌이 조금 줄어들어도 오늘의 삶은 계속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은 다르다. 그들이 숨 쉬게 될 공기, 그들이 바라볼 바다, 그들이 배울 자연의 교과서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개발은 되돌릴 수 없지만, 보존은 지금 선택할 수 있다. 화성 서해를 지키는 일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 그 답은 분명하다. 화성 서해를 지키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
김삼성 대표기자

진실에 접근시 용맹하게 전진 한다.

배너